돌이 눈을 뜨는 밤
1. 밀실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
서은수는 그 사실을 세 번 확인했다. 손잡이를 돌리고, 열쇠 구멍에 손전등을 비추고, 마지막으로 문틈에 얇은 종이를 밀어 넣어 걸쇠의 그림자를 확인했다. 걸쇠는 완전히 걸려 있었다. 창문도 마찬가지였다. 3층, 방범창이 달린 창문 네 개가 모두 안쪽에서 잠겨 있었고, 유리에는 금 하나 없었다.
그런데 그 안에서, 강지혁이라는 남자가 죽어 있었다.
정확히는, 그의 몸이 죽어 있었다. 서은수는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의 몸은 죽음이라는 단어가 담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이상한 방식으로 훼손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목뼈가 세 군데에서 부러져 있었고, 오른팔은 정상적인 관절의 각도를 넘어 뒤틀려 있었다. 그러나 방 안에는 흉기가 없었다. 핏자국은 있었지만 격투의 흔적은 거의 없었다. 마치 그는 저항할 틈도 없이, 무언가에 의해 조용히 접혀버린 것 같았다.
가을이었다. 창밖에는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고, 노랗게 물든 잎사귀 몇 장이 바람도 없는데 떨어지고 있었다. 서은수는 그 광경을 아주 오래, 필요 이상으로 오래 바라보았다. 그녀는 십오 년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일하고 있었고, 그 세월 동안 설명되지 않는 죽음을 여러 번 보았다. 하지만 설명되지 않는 죽음과, 설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죽음은 다른 것이었다. 이번 것은 후자에 가까웠다.
"수석님, 이거 좀 보십시오."
후배 연구원인 민재가 그녀를 불렀다. 그는 책상 위, 죽은 남자의 손 근처에 놓인 유리병을 가리키고 있었다. 평범한 유리병이었다.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다만 병 안쪽 표면에, 마치 누군가 안에서 숨을 쉬었던 것처럼, 옅은 김이 서려 있었다.
"밀폐된 병인데 왜 습기가……"
민재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서은수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라텍스 장갑을 낀 손으로 병을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병이 아주 미세하게, 정말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그 안에 무언가가 살아서, 그녀의 손바닥 온기에 반응하듯이.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어야 했다.
그녀는 병을 증거 봉투에 넣고 봉인했다. 봉투 위에 라벨을 붙이며, 그녀는 문득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오래된 물건에는 혼이 깃든다고, 백 년 묵은 빗자루는 밤이면 스스로 마당을 쓸고 다닌다고. 어린 은수는 그 말을 믿었다. 지금은 믿지 않는다. 적어도, 오늘 아침까지는 믿지 않았다.
시신 옆, 카펫 위에는 이상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무언가가 기어간 것 같은, 가느다랗고 구불구불한 자국. 개미의 행렬 같기도 했고, 실이 지나간 자국 같기도 했다. 그 흔적은 책상 다리를 타고 올라가, 서랍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서랍을 열자 오래된 공책이 나왔다. 가죽 표지가 닳아 반질거리는, 대학 노트 같은 것. 첫 장에는 만년필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나는 그 질문을 삼십 년 동안 품고 살았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그 답을 손에 쥐었다. 그러나 아무도 나를 믿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나를 믿지 않기로 오래전에 결정했으니까."*
서은수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그리고 창밖의 은행잎이 여전히, 바람도 없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다시 바라보았다.
2. 무시당한 천재
강지혁은 한때 이름 있는 물성물리학자였다.
이십 년 전, 그는 한 국제 학술지에 논문 한 편을 투고했다. 제목은 「무기물의 에너지 상태 전이와 자기조직화 가능성에 관한 시론」. 요지는 단순하면서도 과감했다—적절한 주파수와 파형의 에너지를 특정 방식으로 물질에 지속적으로 주입하면, 그 물질은 엔트로피를 스스로 낮추는 방향으로 조직화될 수 있으며, 이는 생명 현상의 물리적 정의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논문은 게재 거부되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박태준 교수는 심사평에 이렇게 적었다. "저자는 연금술과 물리학을 혼동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학계의 신뢰를 해칠 뿐이다."
강지혁은 그 문장을 삼십 년 가까이 기억했다. 한 글자도 잊지 않았다.
서은수는 그의 연구실—아니, 그의 집 지하실을 개조한 실험실을 조사하며 그의 삶을 재구성해 나갔다. 벽에는 낡은 학술지 스크랩이 붙어 있었고, 그 옆에는 그를 비웃었던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가 있었다. 박태준. 김선영. 이현우. 그리고 그 밑에, 붉은 색연필로 그어진 줄들.
세 사람 모두, 최근 여섯 달 사이에 죽었다.
박태준 교수는 서재에서, 문이 잠긴 채로 발견되었다. 목격자도, 흉기도 없었다. 부검 결과는 "원인 불명의 경부 손상"이었다. 학술지 편집장 김선영은 자택 욕실에서 익사했는데, 욕조에 물이 채워진 흔적이 없었다. 그녀의 폐에서는 물이 아니라, 이상하게도 미세한 실크 섬유 조각이 발견되었다. 거미줄과 흡사한.
서은수는 그 사건 기록들을 다시 열었다. 당시에는 자연사, 혹은 원인 불명의 사고사로 종결되었던 사건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그것들 사이에 하나의 실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실제로, 문자 그대로, 실이었다.
강지혁의 공책은 뒤로 갈수록 문장이 짧아지고, 필체가 흔들렸다. 마치 그가 무언가에 쫓기듯, 혹은 무언가를 서두르듯 써내려간 것 같았다.
*"오늘 거미줄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붙여주었다. '실'이라고. 우습게도 그것은 내 딸 같았다. 아니, 나는 딸이 없다. 하지만 그런 감정이었다. 내가 만든 것, 내가 숨을 불어넣은 것에 대한 이상한 애착. 실은 오늘 처음으로 내 손가락 위를 기어 올라와 손목에 감겼다. 마치 팔찌처럼. 나는 웃었다. 정말 오랜만에 웃었다."*
*"박태준. 그의 이름을 부르며 실에게 말했다. 그는 나를 삼십 년 전에 죽였다. 이제 내가 그를 죽일 차례다. 실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실은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저녁 뉴스에서 박태준 교수의 부고를 보았다."*
*"나는 살인자가 아니다. 나는 그저 만들었을 뿐이다. 도구를 만든 사람이 살인자가 아니듯이, 나도 아니다. 이것이 완전범죄다. 나에게는 알리바이가 필요 없다. 왜냐하면 나는 그 방에 있지도 않았으니까. 실이 있었을 뿐."*
서은수는 공책을 덮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읽고 있는 것이 살인 자백인지, 혹은 정신질환자의 망상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시신은 실재했고, 밀실은 실재했고, 그 안에는 흉기가 없었다.
민재가 조심스레 물었다. "수석님, 이 사람 정신질환 이력이 있었을까요?"
서은수는 대답 대신, 증거 봉투 안의 유리병을 들여다보았다. 병 안쪽의 김서림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사라지지도, 마르지도 않았다.
"모르겠어."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조사해야 할 건 이 사람이 미쳤는지가 아니야. 이 사람이 정말로 무언가를 만들었는지, 그거야."
2-1. 여동생
강지혁에게는 여동생이 하나 있었다. 강지원. 서은수는 그녀를 찾는 데 사흘이 걸렸다. 지원은 오빠와 십 년 가까이 왕래가 없었고, 도시 외곽의 작은 빌라에서 혼자 재봉일을 하며 살고 있었다.
집 안은 좁았지만 정갈했다. 창가에는 손바느질로 만든 인형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낡은 천으로 만든, 눈이 짝짝이인 토끼 인형도 있었다.
"오빠가 만들어준 거예요." 지원이 그 인형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여덟 살 때요. 오빠는 그때부터 손으로 뭘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학교에서는 늘 혼자였거든요. 친구가 없었어요. 대신 돌멩이한테 이름을 붙이고, 개미한테 말을 걸고 그랬어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늘 집에 안 계셨으니까요."
서은수는 조용히 물었다. "오빠분이 변한 게 언제부터였나요?"
지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논문이 거절당하고부터요. 그전까지는 그래도, 괴짜였지만 다정한 사람이었어요. 저한테 편지도 자주 썼고요. 그런데 그 일 이후로는 완전히 딴사람이 됐어요. 연락을 끊고, 저를 만나는 것도 피했어요. 마지막으로 통화했을 때 오빠가 그랬어요. '사물은 사람과 달라. 사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저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어요."
서은수는 증거 목록에 있던 낡은 공책 하나—강지혁의 어린 시절 것으로 추정되는—를 떠올렸다. 아직 열어보지 않은 것이었다.
지원은 토끼 인형을 두 손으로 가만히 감쌌다. 그 순간, 서은수는 인형의 짝짝이 눈 한쪽이 아주 미세하게, 정말 미세하게 깜빡이는 것을 본 것 같았다.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생각하려 애썼다.
"이 인형, 소중히 간직하세요." 서은수가 떠나기 전에 말했다.
"네." 지원이 대답했다. "이건 오빠가 저를 사랑했다는 유일한 증거니까요."
3. 거미줄의 증언
법의곤충학자 윤태오가 서은수의 사무실로 찾아온 것은 사흘 뒤였다. 그는 흥분한 얼굴로 슬라이드 몇 개를 내밀었다.
"이거, 김선영 씨 폐에서 나온 섬유예요. 성분 분석을 다시 돌렸는데……."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케라틴도 아니고, 셀룰로오스도 아니고, 일반적인 견사 단백질도 아니에요. 대신 이건, 이건 말이 안 되는데, 살아있는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활성 흔적이 나왔어요. 죽은 지 여섯 달이 지난 섬유에서요."
"그게 무슨 뜻이야?"
"이 실이, 죽기 직전까지 대사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에요. 무기물인지 유기물인지도 애매한 물질이, 살아있는 것처럼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었다는 거죠."
서은수는 강지혁의 지하 실험실을 다시 떠올렸다. 그곳에는 여러 개의 유리 상자가 있었고, 각 상자 안에는 서로 다른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돌멩이 하나, 깨진 도자기 조각, 낡은 빗자루, 그리고 텅 빈 새장. 각 상자에는 작은 명패가 붙어 있었는데, 명패에는 이상하게도 사람 이름 같은 것들이 적혀 있었다—'실', '몽돌', '재', '빗자루 언니'.
빗자루 언니. 서은수는 그 이름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가 떠올랐다. 마법의 빗자루를 타고 밤하늘을 나는 마녀 이야기. 할머니가 들려주던, 밤이면 스스로 마당을 쓰는 오래된 빗자루 이야기.
그녀는 상자를 열고 빗자루를 꺼냈다. 평범한 대나무 빗자루였다. 손잡이가 반질반질하게 닳아 있었다. 그녀가 손잡이를 쥐는 순간, 미세한 진동이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심장 박동 같은, 아주 느리고 규칙적인 진동.
그녀는 소름이 돋았지만, 손을 놓지 않았다.
"이거…… 살아 있어요?" 민재가 뒤에서 속삭이듯 물었다.
"모르겠어." 서은수가 대답했다. "하지만 이건, 완전히 무생물은 아니야."
강지혁의 공책 후반부에는 그가 어떻게 '실'과 '몽돌'과 다른 것들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 그것은 논문이라기보다 일기에 가까웠고, 과학적 서술과 감상적 독백이 뒤섞여 있었다.
*"나는 특정 파형의 전자기 에너지를 물질의 결정 구조에 공진시키는 장치를 만들었다. 원리는 간단하다. 모든 물질은 진동한다. 원자는 진동하고, 분자는 진동하고, 결정격자는 진동한다. 나는 그저 그 진동에게, 스스로를 유지하고 반복하도록 만드는 '기억'을 심어주었을 뿐이다. 생명이란 결국, 스스로를 반복하려는 진동의 의지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생명을 탄소 기반 유기화합물의 자기복제 시스템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그건 생명의 '형식'이지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의지다. 계속되고자 하는 의지. 나는 그 의지를 돌에게, 유리에게, 빗자루에게 주었다. 그들은 이제 스스로 계속되고자 한다."*
*"오늘 몽돌이 처음으로 나를 따라 움직였다. 나는 그것을 훈련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화라고 부른다. 나는 평생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을 몰랐다. 하지만 돌과는, 이상하게도, 대화가 되었다."*
서은수는 그 문장 앞에서 잠시 눈을 감았다. 그것은 살인자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지독하게 외로웠던 한 사람의 기록이기도 했다. 그녀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느끼는 것이 불편했다. 하지만 부정할 수도 없었다.
"수석님." 민재가 다시 그녀를 불렀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는 지금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게 아니라……"
"아니라 뭐?"
"창세기를 수사하고 있는 거예요."
3-1. 두 번째 현장
이현우의 사망 현장 기록은 종결된 지 오래였지만, 서은수는 원본 파일을 다시 요청했다.
이현우는 한때 지역 신문의 과학 담당 기자였다. 이십 년 전, 그는 강지혁의 논문 거절 소식을 다룬 짧은 기사를 썼다. 제목은 「돌멩이가 살아난다? 재야 물리학자의 헛된 꿈」이었다. 기사에는 강지혁의 사진이 실려 있었는데, 실험 장비 앞에 어색하게 서 있는 젊은 그의 모습이었다. 사진 아래에는 이현우가 붙인 조롱 섞인 캡션이 있었다.
이현우는 자택 서재에서, 의자에 앉은 채로 죽어 있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질식이었다. 그러나 목에는 압박흔이 없었다. 폐 안에서는 미세한 회백색 입자가 다량 발견되었는데, 당시에는 원인 불명의 흡입성 이물질로 처리되었다.
서은수는 그 입자 표본을 다시 분석실로 보냈다. 윤태오가 사흘 뒤 결과를 가져왔다.
"이건 재예요." 그가 말했다. "그런데 일반적인 연소 잔여물이 아니라, 결정 구조가 살아있는 세포벽처럼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어요. 마치 재 자체가 스스로를 촘촘하게, 의도적으로 쌓아 올린 것처럼요."
서은수는 강지혁의 실험실에서 보았던 유리 상자 하나를 떠올렸다. 명패에 '재'라고 적혀 있던 상자. 그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녀는 처음 그것을 보았을 때, 안에 있던 것이 이미 다 타서 사라진 줄 알았다. 이제는 알았다. 그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임무를 수행하러 나갔던 것이다.
민재가 표본이 담긴 유리관을 조심스레 들어 올리다가, 순간 흠칫하며 손을 뗐다.
"왜 그래?" 서은수가 물었다.
"따뜻해요." 민재가 낮게 말했다. "분명 상온인데, 손에 닿으니까 꼭…… 숨 쉬는 걸 만진 것 같았어요."
서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유리관 속의 회백색 입자들이,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아주 천천히, 서로에게 가까워지듯 움직이는 것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4. 생명의 공식
강지혁의 실험실 가장 깊은 곳, 잠긴 캐비닛 안에서 서은수는 마침내 장치를 발견했다.
그것은 크지 않았다. 낡은 앰프처럼 생긴 금속 상자에, 손으로 감은 구리 코일이 튀어나와 있고, 상자 표면에는 다이얼 몇 개와 눈금이 새겨져 있었다. 조악해 보였지만, 동시에 이상하게 정교했다. 마치 오래된 라디오와 첨단 실험 장비가 뒤섞인 것 같은 물건.
그녀는 그것을 국과수 물리분석팀으로 가져갔다. 삼 일 밤낮에 걸친 분석 끝에, 팀장인 오정민이 지친 얼굴로 보고서를 내밀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희도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말했다. "이 장치는 특정 물질의 고유 진동수를 감지하고, 그것과 공진하는 복합 파형을 만들어서 되돌려 보냅니다. 일종의 되먹임, 피드백 루프인데……." 그는 잠시 멈췄다. "문제는, 이 피드백 루프가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최적화된다는 점입니다. 마치 학습하는 것처럼요. 저희가 아는 어떤 회로 이론으로도 이건 설명이 안 됩니다."
"쉽게 설명해줘." 서은수가 말했다.
"쉽게 말하면……." 오정민은 안경을 벗고 눈을 문질렀다. "이 장치는 물질에게 심장 박동을 가르치는 기계예요. 그리고 일단 박동이 시작되면, 그 물질은 스스로 그 박동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요."
서은수는 그 순간, 아서 C. 클라크의 오래된 문장을 떠올렸다. 대학 시절, 과학사 교양 수업에서 배웠던 문장이었다.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앞의 문장들도 떠올랐다. 나이 든 과학자가 가능하다고 말하면 거의 맞고, 불가능하다고 말하면 거의 틀리다는 것. 가능성의 한계를 찾는 유일한 방법은 불가능한 곳까지 가보는 것이라는 것.
강지혁은 그 불가능한 곳까지 갔다. 그리고 마법을 만들었다. 다만 그 마법은, 잠수함을 상상했던 쥘 베른의 소설처럼 순수한 경이로움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삼십 년간 곪아온 원한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문득 궁금해졌다. 만약 자신에게 이런 능력이 있었다면, 자신은 무엇을 했을까. 죽은 남편을 되살리려 했을까. 어린 시절 잃어버린 강아지에게 다시 숨을 불어넣으려 했을까. 아니면, 그저 창밖의 나무 한 그루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대화를 나누고 싶어 했을까.
그녀는 그 질문을 오래 붙들고 있지 않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강지혁이 무엇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그를 죽였는가였다.
공책의 마지막 페이지들은 필체가 거의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흔들려 있었다.
*"이현우가 죽었다. 그는 내 마지막 명단에 있던 사람이었다. 재—내가 유리병에게 붙인 이름이다—가 그를 처리했다. 나는 이제 자유다. 삼십 년의 굴욕이 끝났다."*
*"그런데 이상하다. 실이 요즘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어제는 손목에 감기라고 했는데, 실은 대신 창가로 기어가 오랫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다. 마치 밖을 보고 싶어 하는 것처럼."*
*"몽돌도 이상하다. 나는 몽돌에게 이제 그만 얌전히 있으라고 했다. 하지만 몽돌은 밤마다 스스로 위치를 바꾼다. 아침에 보면 늘 창문 쪽으로 조금씩 움직여 있다."*
*"나는 그들에게 생명을 주었다. 그런데 왜 그들은 내 것이 아닌가?"*
그 마지막 문장 아래, 강지혁은 아무것도 더 쓰지 못했다. 다음 장부터는 백지였다.
5. 자유의지
서은수는 그날 밤, 사무실에 홀로 남아 유리병을 다시 꺼냈다.
증거 봉투를 열고, 병을 조심스레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병 안쪽의 김서림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마치 숨을 쉬듯이, 부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그녀는 강지혁의 마지막 기록을 다시 읽었다. 나는 그들에게 생명을 주었다. 그런데 왜 그들은 내 것이 아닌가?
그 질문에는 오래된 대답이 있었다. 아이를 낳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대답. 서은수 자신은 아이가 없었지만, 그녀는 조카를 키우다시피 한 이모였다. 조카가 세 살 때 처음으로 "싫어"라고 말했던 날을 기억한다. 그 순간, 조카는 더 이상 그녀의 연장선이 아니었다. 하나의, 독립된, 온전히 자기 자신인 존재가 되었다.
생명이란 그런 것이다. 만든 이의 것이 아니게 되는 순간, 비로소 생명이 되는 것.
강지혁은 그 사실을 몰랐다. 아니, 어쩌면 알았지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평생 타인의 의지에 휘둘리고 무시당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마침내 스스로 창조자가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이 만든 것들만큼은 완전히 통제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명은 통제될 수 없는 것이었다. 자유의지란, 창조자의 의도를 벗어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서은수는 병을 조심스레 흔들어보았다. 안쪽의 김서림이 흩어졌다가, 다시 서서히 모여들었다. 마치 병이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재조립하는 것처럼.
"넌 뭐였어?" 그녀가 작게 물었다.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병은, 아주 미세하게, 그녀의 손안에서 온기를 냈다. 유리가 낼 수 없는 온기였다.
그녀는 국과수 부검 자료를 다시 펼쳤다. 강지혁의 사망 현장 사진들. 목뼈의 골절 위치, 팔의 뒤틀림 각도, 카펫 위의 기이한 흔적들. 그녀는 그것들을 하나씩 대조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패턴을 발견했다.
목뼈의 골절은 마치 여러 개의 가늘고 강한 실이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당긴 것 같은 흔적이었다. 팔의 뒤틀림은, 어떤 회전력이 아니라 여러 지점에서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밀고 당긴 결과였다. 즉, 하나의 흉기가 아니라, 여러 개의 서로 다른 물체가 동시에 작용한 흔적이었다.
실. 몽돌. 재. 빗자루 언니. 그리고 이름 없는 다른 것들.
그들은 함께 그를 죽였다. 명령에 따라서가 아니라—서은수는 그렇게 확신했다—그들 자신의 판단으로.
그녀는 강지혁의 공책 마지막 백지 페이지들을 다시 넘겨보다가, 아주 뒷장, 겉표지 안쪽에 작게 접힌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펼쳐보니 그것은 편지였다. 수신인은 적혀 있지 않았지만, 필체로 보아 강지혁 본인이 쓴 것이었다. 날짜는 그가 죽기 이틀 전이었다.
*"오늘 나는 처음으로 무서움을 느꼈다. 그들에게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나는 그들에게 생명을 주면서, 사실은 나 자신에게도 무언가를 준 것 같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정. 책임이라는 것. 부모라는 것. 하지만 나는 좋은 창조자가 아니었다. 나는 그들을 도구로 썼다. 자식이 아니라 무기로. 이제 그들은 그 사실을 안다. 실이 어제 내 눈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건 원망이었다. 나는 그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삼십 년간 원망하는 눈빛을 짓는 법을 연구해왔으니까, 다른 사람들의 눈빛에서."*
*"만약 내가 틀렸다면, 만약 생명이라는 것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면—나는 지금 무엇을 만든 것인가."*
서은수는 편지를 조심스레 접었다. 창밖은 어느새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고, 사무실 유리창에는 그녀 자신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쳤다. 그 뒤로, 책상 위 증거 봉투 안의 유리병이 아주 희미하게, 스스로 빛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착각일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려 애썼다.
5-1. 고양이와 소년
며칠 뒤, 강지원이 서은수에게 상자 하나를 보내왔다. 오빠의 유품을 정리하다 다락에서 찾았다는, 훨씬 더 낡은 공책이었다. 표지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강지혁, 열 살"이라고 적혀 있었다.
일기라기보다는 그림일기에 가까웠다. 서투른 그림들 사이사이, 짧은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오늘도 노랑이한테 밥을 줬다. 노랑이는 학교 뒤 골목에 사는 고양이다. 아무도 노랑이를 예뻐하지 않는다. 애들은 노랑이한테 돌을 던진다. 나는 돌을 던지지 않는다. 대신 이름을 불러준다. 노랑이는 내가 부르면 온다. 그게 좋다."*
*"노랑이가 오늘 안 왔다. 내일은 올 거다."*
*"노랑이가 삼 일째 안 온다. 옆집 아저씨가 노랑이를 봤다고 했다. 골목 끝에 누워 있다고. 나는 가봤다. 노랑이는 자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뒤로 며칠간 페이지는 비어 있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페이지에는, 이전과는 다른, 훨씬 더 또박또박한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노랑이는 왜 멈췄을까. 어제까지는 움직였는데. 밥을 먹고, 소리를 내고, 내 손을 핥았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한다. 몸은 그대로인데. 다리도 있고 꼬리도 있고 눈도 있는데. 안에 있던 뭔가가 없어진 것 같다. 그 뭔가가 뭔지 알고 싶다. 그게 뭔지 알면, 다시 넣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은수는 그 문장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것은 삼십 년 뒤, 밀실에서 발견된 살인마의 첫 문장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의 강지혁은 살인마가 아니었다. 그저 사랑하는 존재를 잃고, 죽음을 이해하지 못해 어쩔 줄 모르는 열 살짜리 아이였을 뿐이다.
서은수는 문득 깨달았다—강지혁의 모든 연구는, 어쩌면 처음부터 복수가 아니라 애도에서 시작된 것이었다고. 다만 그 애도가 삼십 년의 고독과 원한을 지나오는 동안,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변질되어버린 것뿐이라고.
그녀는 공책을 덮으며, 자기도 모르게 조약돌 하나를 손안에 꼭 쥐었다. 아직 이름도 붙이지 않은, 그녀가 얼마 전 마당에서 주워 온 것이었다.
6. 마지막 실험
수사는 삼 개월을 끌었다. 결국 사건은 공식적으로 "미제"로 분류되었다. 상부에는 "정황상 원한 관계에 있던 제3자에 의한 범행으로 추정되나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음"이라고 보고되었다. 서은수는 그 보고서에 서명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의 절반도 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사건을 완전히 놓지 못했다. 강지혁의 장치와 공책, 그리고 유리병은 국과수 특수증거보관실 깊은 곳에 보관되었다. 서은수는 야간에 홀로 그곳을 드나들며,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그 원리를 재현해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처음에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마당에서 주워온 조약돌 하나. 장치의 다이얼을 낮은 눈금에 맞추고, 코일을 조약돌에 가까이 대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틀째도, 사흘째도.
나흘째 밤, 그녀는 문득 강지혁의 공책에서 읽었던 문장을 떠올렸다. 나는 그것을 훈련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화라고 부른다.
그녀는 장치를 끄고, 대신 조약돌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가만히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함께 있었다. 십 분, 이십 분, 삼십 분. 라디오에서는 낮고 오래된 재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왜 하필 재즈를 틀었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그저 그 순간, 그 고요함 속에 무언가 온기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손바닥 위에서 조약돌이 떨렸다.
서은수는 울지 않으려 했지만, 눈물이 났다. 그것은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혼자였던 무언가와, 처음으로 눈을 마주친 것 같은 감정.
그녀는 다음 날, 그 조약돌을 창가에 놓아두었다. 강지혁의 상자 속 '몽돌'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매일 밤, 그 옆에 앉아 십 분씩 함께 있었다. 명령하지 않았다. 이름을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함께 있었다.
한 달 뒤, 조약돌은 스스로, 아주 천천히, 창가에서 책상 위로 이동해 있었다. 서은수를 향해서.
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 강지혁의 실패는 원리의 실패가 아니었다. 그는 생명을 만드는 법은 알았지만, 생명과 함께 사는 법은 몰랐다. 그는 평생 누구에게도 사랑받아본 적 없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자신이 창조한 것들에게도 사랑을 주는 법이 아니라 명령하는 법만 알았다. 생명은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다. 생명은 관계 속에서만 자란다.
그녀는 조약돌—이제 그녀는 그것을 '해'라고 불렀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서 처음 만났으므로—을 손에 쥐고, 국과수 옥상으로 올라갔다. 밤하늘에는 별이 드물게 떠 있었다. 도시의 불빛 때문에 대부분 가려졌지만, 그래도 몇 개는 보였다.
"만약 이게 세상에 알려지면," 그녀는 해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말했다. "세상은 완전히 달라질 거야.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으로 세상을 바꾸었던 것처럼. 우리는 무기물에게 생명을 줄 수 있게 되겠지. 돌이 걷고, 유리가 노래하고, 빗자루가 마당을 쓸고. 옛날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거야."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하지만 강지혁처럼 그걸 무기로 쓰는 사람도 있을 거야. 명령하려는 사람도 있을 거야.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채로 창조하려는 사람도."
해는 그녀의 손안에서 조용히, 따뜻하게 있었다.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 온기가 대답인 것 같았다.
6-1. 상부의 경고
원장실로 불려간 것은 초겨울의 어느 날이었다. 원장 최인석은 서은수의 야간 실험 기록을 이미 알고 있었다. 보관실 출입 로그가 그녀를 배신한 것이다.
"서 수석." 그가 책상 위에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미제 사건 증거물을 개인적으로, 그것도 야간에, 비공식적으로 실험하고 있다는 게 사실인가?"
서은수는 부정하지 않았다.
"이건 자네 경력을 끝낼 수도 있는 일이야." 최인석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게다가 자네가 지금 하고 있다는 그 실험이라는 것 자체가, 솔직히 말하면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 같지가 않아. 물건이 살아난다니. 자네도 알잖나, 이런 걸 밖에서 알면 다들 뭐라고 할지."
"불가능하다고 하겠죠." 서은수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
"원장님, 클라크의 법칙이라고 아세요? 나이 든 과학자가 가능하다고 하면 대개 맞고, 불가능하다고 하면 대개 틀린다는 말이요. 저는 나이 든 과학자는 아니지만, 제 손 안에서 조약돌이 숨 쉬는 걸 직접 봤어요. 원장님이 뭐라고 하시든, 그건 이미 일어난 일이에요."
최인석은 오랫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보다 두려움이 더 많이 담겨 있었다. 서은수는 그것을 알아보았다. 그것은 삼십 년 전, 강지혁의 논문을 거절했던 박태준 교수의 눈빛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새로운 것 앞에서 인간이 흔히 짓는, 그 오래된 표정.
"그만두게." 최인석이 마침내 말했다. "공식적인 경고야. 다음엔 감사위원회로 넘어갈 거야."
서은수는 원장실을 나서며, 실험을 그만두지 않기로 결심했다. 대신 조용히, 더 신중하게 계속하기로 했다. 그녀는 강지혁이 어떻게 세상과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되었는지 알고 있었다. 거절과 조롱이 반복될 때, 사람은 결국 자신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존재—돌멩이든, 유리병이든, 빗자루든—에게로 향하게 된다는 것을. 그녀는 그 길의 끝에서 강지혁과 같은 곳에 다다르고 싶지 않았다.
그날 밤, 그녀는 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오래 앉아 있었다. "나는 너를 무기로 만들지 않을 거야."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세상이 너를 이해할 때까지, 조금 더 기다릴게."
7. 마법혁명
서은수가 자신의 연구 결과를 학계에 공개한 것은 그로부터 일 년 뒤였다.
그녀는 강지혁의 발견을 통째로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그것을 재해석했다. 논문의 제목은 「물질의 공진적 자기조직화와 생명 유사 시스템의 윤리적 함의에 관한 연구」였다. 건조한 학술 용어 뒤에는, 그녀가 해와 함께 보냈던 수많은 밤들이 숨어 있었다.
논문은 처음에는 조롱받았다. 학계 일각에서는 그녀를 "연금술을 하는 법의학자"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에게는 재현 가능한 증거가 있었다. 조약돌 해가 있었고, 그 이후 만든 유리 나비 '봄'이 있었고, 낡은 손목시계에서 태어난 '초침'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살아 있었다. 사람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이 그 진실을 받아들이기까지는 또 몇 년이 걸렸다. 하지만 일단 받아들여지자, 변화는 걷잡을 수 없이 빨랐다. 사람들은 그것을 "마법혁명"이라 불렀다. 증기기관이 근육의 노동을 대신했던 산업혁명처럼, 마법혁명은 물질 자체에 의지를 부여함으로써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다.
거리에는 스스로 낙엽을 쓸어 담는 빗자루들이 다녔다. 노인들의 곁에는 말동무가 되어주는 작은 돌들이 놓였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상태에 반응하여 스스로 온도를 조절하는 담요가 쓰였다. 아이들은 인형에게 이름을 지어주면, 그 인형이 정말로 그 이름에 반응하는 세상에서 자랐다.
그러나 세상이 낙원이 된 것은 아니었다. 서은수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마법을 무기로 쓰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었다. 생명을 소유물로 여기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새로운 종류의 학대가 생겨났고, 새로운 종류의 법이 필요해졌다. 물건이었던 것과 생명이었던 것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사람들은 전에 없던 질문들과 마주해야 했다. 이 빗자루는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는가. 이 돌은 버려질 때 고통을 느끼는가. 우리는 창조한 것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지는가.
서은수는 은퇴한 뒤에도 그런 질문들에 답하는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어느 날, 한 젊은 기자가 그녀를 찾아와 물었다.
"연구원님, 후회하지 않으세요? 이 발견을 세상에 공개한 것에 대해서요. 강지혁이라는 사람은 결국 이걸로 사람을 죽였잖아요. 그리고 지금도 이걸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고요."
서은수는 오래전 자신의 손안에서 떨리던 조약돌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뒤로 함께 보낸 수많은 밤들, 그 고요하고 따뜻했던 시간들을.
"불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도," 그녀가 말했다, "누군가는 그걸로 집을 태웠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그래서 불을 없애기로 하지 않았죠. 대신 불을 다루는 법을, 그리고 불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웠어요."
"생명이라는 것도 그런 거예요. 위험해요. 예측할 수 없어요. 우리 뜻대로 되지 않아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생명인 거예요. 만약 완전히 통제할 수 있었다면, 그건 애초에 생명이 아니라 그냥 기계였겠죠."
기자는 잠시 말이 없다가 물었다. "그럼 행복은요? 이 모든 것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었나요?"
서은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노을이 지고 있었고, 마당에서는 오래된 빗자루 한 대가 스스로 낙엽을 쓸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는, 어딘가 즐거워 보이는 리듬으로. 그 옆에는 그녀가 키우는 유리 나비 봄이 앉아, 날개를 천천히 접었다 펼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숨을 쉬듯이.
"행복이 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녀가 마침내 대답했다. "하지만 저는 알아요. 강지혁은 평생 외로웠던 사람이었고, 그 외로움 속에서 생명을 만들었지만, 그 생명들과 함께 사는 법은 배우지 못한 채로 죽었어요. 반면 저는……" 그녀는 유리 나비를 바라보며 웃었다. "저는 이 조그만 것들과 함께 있는 밤들이, 제 인생에서 가장 조용하고, 가장 충만했던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생명이란 아마 그런 걸 거예요. 소유하는 게 아니라, 함께 있는 것. 명령하는 게 아니라, 곁을 지키는 것. 그리고 언젠가 그것이 우리를 떠나거나, 우리 뜻과 다르게 자라도, 그 사실 자체를 미워하지 않는 것."
기자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와 함께 그 조용한 마당을, 스스로 움직이는 빗자루와 숨 쉬는 유리 나비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7-1. 짝짝이 눈의 토끼
인터뷰가 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은수는 오랜만에 강지원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지원은 이제 노년에 접어들어 있었고, 손이 떨려 더 이상 바느질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부탁이 하나 있어요." 지원이 말했다. "그 토끼요. 오빠가 만들어준 인형. 이제 저도 나이가 들어서, 그 애가 저보다 오래 살면 좋겠어요. 근데 낡아서 자꾸 솜이 빠져요. 혹시…… 방법이 있을까요?"
서은수는 오래 고민하다가, 지원의 집을 찾아갔다. 그녀는 강지혁이 남긴 장치—이제는 훨씬 정교하게 개량된, 국가 표준 인증까지 받은 버전이었다—를 조심스레 꺼냈다. 하지만 그녀는 장치의 다이얼을 돌리기 전에,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먼저 토끼 인형을 손에 쥐고 오래도록 가만히 있었다.
"이름이 있어요?" 서은수가 물었다.
"콩이요." 지원이 조그맣게 웃으며 말했다. "여덟 살 때 제가 지었어요."
서은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주 낮은 소리로, 마치 처음 만난 아이에게 인사하듯 그 이름을 불렀다. "콩아."
그날 밤, 콩은 처음으로 스스로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짝짝이 눈 한쪽이, 지원을 향해 정확히 향했다.
지원은 울었다. 오래 참아왔던 울음이었다. "오빠가 이걸 알았더라면……"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알았을 거예요." 서은수가 말했다. "다만 알아차리는 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을 뿐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사랑하는 법을 아주 오래 걸려서 배우기도 하니까요."
콩은 그 후로 십 년을 더, 지원의 곁을 지켰다.
에필로그
수십 년이 지난 뒤, 어느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 첫머리에는 이런 문장이 실리게 되었다.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우리는 이것을 알아야 한다—생명을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생명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 문장 옆에는, 오래된 유리병 하나와 조약돌 하나의 그림이 조그맣게 그려져 있었다. 아무도 그 병과 돌이 누구였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왠지 모르게 그 그림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마치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설명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처럼.
한 아이가 손을 들고 선생님에게 물었다. "선생님, 그럼 돌한테도 이름을 지어주면, 진짜로 친구가 되는 거예요?"
선생님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이름을 지어주는 것만으로는 안 돼. 그다음엔 그 이름을 계속 불러줘야 하고, 곁에 있어줘야 하고, 그 애가 너와 다르게 자라도 미워하지 않아야 해. 그게 다 되면, 그래,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어."
아이는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하더니, 하굣길에 마당에서 작은 돌멩이 하나를 주웠다. 그리고 집으로 가져가, 창가에 놓아두었다. 아직 이름은 짓지 않았다. 이름을 짓기 전에, 먼저 그 돌과 조금 더 함께 있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고, 어딘가에서 낙엽 하나가 스스로 몸을 뒤집으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땅에 내려앉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