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2

선주와 여섯 번째 원

선주는 컴퍼스로 원을 그렸다. 다섯 번째 원이었다. 첫 번째 원은 컴퍼스 침이 미끄러져서 망쳤고, 두 번째는 선이 너무 굵었고, 세 번째는 시작점과 끝점이 맞지 않았다. 네 번째 원은 거의 완벽했지만 종이가 조금 찢어졌다. "완벽한 원은 존재하지 않아." 아버지가 말했다. 선주는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는 책상 앞에 앉아 설계도면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빠는 매일 원을 그리잖아요." "그건 원처럼 보이는 것들이지. 진짜 원은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버지는 연필을 내려놓았다. "수학 시간에 배웠지? 점은 크기가 없고, 선은 폭이 없고, 원은 중심에서 모든 점까지의 거리가 정확히 같은 거라고." 선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네가 그린 이 점을 봐." 아버지가 선주의 공책을 가리켰다. ..

일상다반사 2026.01.10

빵가게의 잃어버린 시간

아침 공기가 라일락 향으로 짙게 물든 날이었다. 횡단보도 건너편에 그녀가 서 있었다. 햇빛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스치며 부드러운 후광처럼 번졌다. 순간, 나는 그녀가 당신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리 없었다. 당신은 이미 떠났고, 나는 이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그래도 그 찰나, 세상은 멈춘 듯 숨을 죽였다. 마치 내가 다시 기적을 믿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듯이. 당신이 떠난 후로, 나는 반쯤 잊힌 꿈 같은 나날을 헤매고 있다. 도시는 여전하지만, 당신이 없는 풍경은 색이 바랜 그림 같고, 소음은 먼 메아리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녀를 본 순간—새로운 가능성의 그림자를 본 순간—내 안의 잊혔던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나는 그녀가 군중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눈으로 좇았다. 그리고 죄책감과 호기심이 뒤섞인..

일상다반사 2025.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