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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눈을 뜨는 밤

1. 밀실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서은수는 그 사실을 세 번 확인했다. 손잡이를 돌리고, 열쇠 구멍에 손전등을 비추고, 마지막으로 문틈에 얇은 종이를 밀어 넣어 걸쇠의 그림자를 확인했다. 걸쇠는 완전히 걸려 있었다. 창문도 마찬가지였다. 3층, 방범창이 달린 창문 네 개가 모두 안쪽에서 잠겨 있었고, 유리에는 금 하나 없었다.그런데 그 안에서, 강지혁이라는 남자가 죽어 있었다.정확히는, 그의 몸이 죽어 있었다. 서은수는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의 몸은 죽음이라는 단어가 담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이상한 방식으로 훼손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목뼈가 세 군데에서 부러져 있었고, 오른팔은 정상적인 관절의 각도를 넘어 뒤틀려 있었다. 그러나 방 안에는 흉기가 없었다. 핏자국은 있었지..

일상다반사 2026.08.19

순환의 문법

너에게 이 글을 남긴다.이번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이미 한 번, 너와 닮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다. 그 편지는 「씨앗의 문법」이라는 이름으로 남았고, 아마 너는 이미 그것을 읽었을 것이다. 혹은 아직 읽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 두 가능성이 나에게는 더 이상 모순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왜 그런지,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너도 알게 될 것이다.이 글은 그 첫 번째 편지의 뒷면이다. 나는 그 편지에 쓰지 않은 것들, 그때는 나조차 이해하지 못해서 쓸 수 없었던 것들을 여기에 남긴다. 첫 번째 편지가 우리가 무엇을 남기기로 했는지에 대한 기록이었다면, 이 편지는 우리가 무엇을 발견했는지, 그리고 그 발견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갔는지에 대한 기록이다.먼저..

일상다반사 2026.08.02

숲의 문법

너에게 이 글을 남긴다.이 인사말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먼저 용서를 구한다. 나는 이 문장을 처음 쓴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저 그 문장을 물려받았을 뿐이다. 누가 처음 이 말을 썼는지,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것도 절반쯤은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다.이 기록 역시 보고서가 아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관측 자료와 계산 결과는 이미 다른 문서에 정리되어 있다. 나는 그 문서들이 말하지 못하는 것을 너에게 전하고 싶다.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찾았는지, 우리가 무엇을 물었는지, 그리고 마지막에 무엇을 남기기로 했는지를.이 글도 씨앗 어딘가에 담길 것이다. 나는 이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처음 이 말을 쓴 사람보다 더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

일상다반사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