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유리 온실의 겨울 정원

요긴소프트 2026. 1. 2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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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람이 불어오는 언덕

세상 끝, 바람이 가장 먼저 도착해 쉬어가는 언덕 위에는 커다란 유리 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곳을 '두 사람의 정원'이라고 불렀지만, 앤은 그저 '유리 집'이라고 불렀습니다. 유리 집은 햇살이 좋은 날에는 거대한 비눗방울처럼 반짝였고, 비가 오는 날에는 울고 있는 거인의 눈처럼 흐릿해졌습니다.

아홉 살 앤은 학교가 파하면 늘 그곳으로 갔습니다. 앤에게는 기다려주는 엄마도,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유리 집에는 빈 씨 아저씨와 린 아주머니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부부 같기도 하고, 남매 같기도 했으며, 때로는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들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유리 집의 문을 열면 기묘한 냄새가 났습니다. 아주 오래된 책 먼지 냄새와, 축축하게 젖은 흙냄새, 그리고 시큼하게 익어가는 빵 냄새가 섞인 냄새였습니다.

"앤, 문을 빨리 닫으렴! '무질서'가 들어오잖니!"

빈 아저씨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는 언제나처럼 다림질이 잘 된 하얀 셔츠를 입고, 돋보기를 쓴 채 책상 위에 몸을 구부리고 있었습니다. 빈 아저씨의 책상은 유리 집의 오른쪽, 타일이 반짝반짝 빛나는 구역에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먼지 한 톨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시계들이 째각째각, 마치 군인들이 발을 맞추듯 정확한 박자로 울렸습니다.

반면, 린 아주머니는 왼쪽 흙밭에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어서 오렴, 앤. 빈 씨는 신경 쓰지 마라. 바람 좀 들어온다고 세상이 무너지진 않아. 오히려 신선한 박테리아들이 춤을 추러 들어오는 거지."

린 아주머니의 손은 늘 흙투성이였습니다. 아주머니의 구역은 정글 같았습니다. 이름 모를 덩굴 식물들이 제멋대로 엉켜 자랐고, 바닥에는 이끼가 푹신한 카펫처럼 깔려 있었습니다. 곳곳에 놓인 유리병 속에서는 정체모를 액체들이 보글보글 거품을 내며 숨을 쉬었습니다.

앤은 생각했습니다. 빈 아저씨는 마치 딱딱하고 차가운 얼음 결정 같고, 린 아주머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퇴비 더미 같다고요. 도대체 이 두 사람이 어떻게 한집에 사는지, 그건 세상에서 제일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였습니다.

2. 시계를 고치는 사람

어느 날, 앤은 빈 아저씨가 핀셋으로 죽은 나비를 분해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니, 분해가 아니라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아저씨, 나비는 왜 죽었어요?"

앤이 묻자, 빈 아저씨는 안경을 고쳐 쓰며 진지하게 대답했습니다.

"나비가 '질서'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란다, 앤."

"질서요? 학교 선생님이 줄을 잘 서는 게 질서라고 했는데요."

빈 아저씨는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비슷하단다. 살아있다는 건 말이야,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려는 세상에 대항해서 꼿꼿하게 버티는 거란다. 저 밖을 보렴."

아저씨는 유리창 밖, 황량한 겨울 언덕을 가리켰습니다.

"자연은 모든 것을 부수고, 섞고, 평평하게 만들려고 해. 뜨거운 코코아를 식탁 위에 두면 어떻게 되지? 식어버리지. 모래성을 쌓으면 파도가 와서 무너뜨리지. 세상은 가만히 두면 엉망진창이 된단다. 먼지가 쌓이고, 건물이 무너지고, 시체가 썩어 흙으로 돌아가지. 그걸 '무질서가 증가한다'고 하는 거야."

빈 아저씨는 탁자 위에 놓인 크리스털 조각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 조각은 투명하고 완벽한 육각형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생명은 달라. 생명은 신기하게도 그 흐름을 거스른단다. 우리는 밥을 먹고, 숨을 쉬면서 세상의 질서를 빨아들여. 내 몸속의 세포들이, 마치 이 크리스털처럼 정교한 암호표를 가지고 있어서,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계속해서 스스로를 수선하고 있는 거야. 죽음이란, 그 수선하는 힘이 다해서 결국 무질서한 먼지로 흩어지는 것이지."

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조금 무서웠습니다. 아저씨의 말대로라면 살아있다는 건, 거대한 미끄럼틀을 거꾸로 기어오르는 벌레처럼 힘겹고 고독한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빈 아저씨는 언제나 불안해 보였습니다. 셔츠 단추가 떨어질까 봐, 시계가 멈출까 봐, 자신이 먼지로 흩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사람처럼요.

"그래서 나는 규칙이 좋아. 규칙만이 우리를 살게 하니까."

아저씨는 다시 돋보기를 눈에 대고 나비의 날개 무늬를 관찰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멈추려는 시계태엽을 필사적으로 감고 있는 시계공 같았습니다.

3. 춤추는 진흙탕

앤은 슬금슬금 뒷걸음질 쳐서 린 아주머니 쪽으로 갔습니다. 아주머니는 커다란 통에 음식물 쓰레기와 낙엽, 그리고 흙을 섞고 있었습니다. 냄새는 고약했지만, 아주머니의 표정은 꽃밭을 거니는 소녀처럼 행복해 보였습니다.

"빈 씨가 또 무서운 이야기를 했나 보구나? 먼지가 된다느니, 무너진다느니."

린 아주머니가 흙 묻은 손으로 땀을 닦으며 웃었습니다. 앤은 코를 쥐고 물었습니다.

"아주머니, 그건 뭐예요? 썩은 거잖아요."

"오, 앤. 이건 썩은 게 아니라 '파티' 중이란다."

"파티요?"

"그럼. 이 낙엽은 죽었지만, 이 안에는 수억 마리의 작은 생명들이 모여서 축제를 벌이고 있어. 서로 먹여주고, 녹여주고, 따뜻하게 데워주지. 빈 씨는 혼자서 꼿꼿하게 버티는 게 생명이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

린 아주머니는 앤을 데리고 유리 온실 구석, 습한 바위 그늘로 갔습니다. 그곳에는 얼룩덜룩한 이끼 같은 것이 바위에 붙어 있었습니다.

"이게 뭔지 아니? '지의류'라는 거야. 사람들은 이걸 하나의 식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두 녀석이 꼭 껴안고 사는 거란다. 곰팡이와 '조류'라는 광합성 색소를 가진 생물이 결혼을 한 거지. 곰팡이는 집을 지어 물을 지키고, 조류는 햇빛으로 밥을 지어 나누는 거야. 혼자였으면 둘 다 이 차가운 바위 위에서 말라 죽었을걸? 하지만 둘이 합쳐지니 이렇게 끈질기게 살아남잖아."

앤은 바위 위의 얼룩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보았습니다. 까슬까슬하면서도 축축했습니다.

"살아있다는 건 말이야, 앤. 혼자서 잘난 척하며 버티는 게 아니야. 낯선 이들이 만나서 서로의 몸을 섞고, 서로가 서로의 집이 되어주는 거란다. 네 뱃속에도 수많은 작은 벌레들이 살아서 네가 먹은 밥을 소화해 주고 있어.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너 자체가 거대한 걸어 다니는 숲이란다."

린 아주머니의 말은 따뜻했습니다. 빈 아저씨의 생명이 '고독한 투쟁'이라면, 린 아주머니의 생명은 '시끌벅적한 포옹' 같았습니다.

"자, 이 흙을 만져보렴. 따뜻하지? 작은 생명들이 서로 부대끼며 춤을 추느라 열이 나는 거야."

앤이 손을 넣은 퇴비 더미 속은 정말로 난로처럼 후끈했습니다. 그것은 질서 정연한 시계의 차가움과는 다른, 뭉근하고 지저분한 온기였습니다.

4. 겨울 폭풍이 오던 밤

겨울이 깊어지자, 유리 집 주위로 무서운 바람이 불어닥쳤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문을 걸어 잠갔고, 새들도 둥지 깊숙이 숨었습니다. 일기예보는 백 년 만의 한파가 올 거라고 떠들어댔습니다.

문제는 그날 밤에 일어났습니다.

유리 집의 온도를 유지해주던 낡은 보일러, 빈 아저씨가 '생명의 심장'이라고 부르며 애지중지하던 기계가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멈춰버린 것입니다.

"안 돼!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있어! 무질서가 쳐들어온다고!"

빈 아저씨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그는 공구함을 들고 보일러실로 뛰어다녔지만, 낡은 기계는 차가운 쇠붙이 덩어리로 변해버렸습니다. 유리창에는 순식간에 성에가 끼기 시작했습니다. 하얀 얼음 결정들이 마치 날카로운 이빨처럼 유리창을 덮어왔습니다.

"온도가 떨어지고 있어. 18도... 15도... 이러다간 내 수정들이, 내 표본들이 다 망가질 거야!"

빈 아저씨는 담요를 가져와 자신의 책상과 실험 도구들을 덮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했습니다.

반면, 린 아주머니는 덤덤하게 식물들을 살폈습니다. 하지만 온실의 열대 식물들이 추위에 검게 시들어가자 아주머니의 얼굴에도 그늘이 졌습니다.

"빈 씨, 그 기계는 이제 죽었어요. 놔두고 이리 와요. 식물들을 한곳으로 모아야 해요."

"무슨 소리야! 이걸 고쳐야 해. 질서를 되돌려야 한다고! 저 식물들 따위가 문제가 아니야. 이 집 전체가 죽어가고 있잖아!"

빈 아저씨는 고집을 부리며 차가운 보일러실 바닥에서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앤은 두 사람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입김이 하얗게 나왔습니다. 앤의 손발도 꽁꽁 얼어붙기 시작했습니다.

죽음이, 혹은 빈 아저씨가 말한 '무질서'가 하얀 냉기가 되어 유리 집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주 조용하고도 강력하게, 모든 움직이는 것들을 멈추게 만들려 했습니다.

5. 무너지는 벽

밤은 깊어졌고, 기온은 영하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빈 아저씨는 결국 공구를 떨어뜨리고 주저앉았습니다. 그의 손은 너무 곱아서 더 이상 나사를 돌릴 수 없었습니다. 그가 평생을 바쳐 지켜온 '정확한 세계'가 추위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얼어붙고 있었습니다.

"끝났어... 모든 게 흩어질 거야..."

아저씨가 중얼거렸습니다. 그때 린 아주머니가 다가왔습니다. 아주머니는 흙이 묻은 두꺼운 솜이불과 짚단들을 한아름 안고 있었습니다.

"빈 씨, 잘 들어요. 당신의 그 잘난 기계는 멈췄지만, 우린 아직 안 멈췄어요."

린 아주머니는 덜덜 떨고 있는 빈 아저씨의 어깨를 잡아끌었습니다.

"앤, 너도 이리 온. 우리가 가진 열을 다 합쳐야 해."

아주머니는 빈 아저씨의 깨끗하고 반짝이는 타일 구역이 아닌, 흙냄새 나는 퇴비 더미 옆으로 그들을 데려갔습니다. 그곳은 냄새는 났지만, 미생물들이 뿜어내는 열기 덕분에 집 안에서 유일하게 훈훈한 곳이었습니다.

"싫어... 거긴 더러워... 박테리아 소굴이라고..."

빈 아저씨가 저항했지만, 이빨이 딱딱 부딪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살고 싶으면 입 다물고 들어와요! 지금은 깨끗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섞이는 게 중요한 거니까!"

린 아주머니는 빈 아저씨를 강제로 퇴비 더미 옆 짚단 위에 앉혔습니다. 그리고 온실 안의 살아남은 화분들을 가져와 그들 주변에 벽처럼 쌓았습니다. 식물들이 뿜어내는 희미한 숨결이라도 모으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주머니는 커다란 이불을 펼쳐 빈 아저씨와 앤, 그리고 자신을 한꺼번에 덮었습니다. 심지어 온실에 살던 도둑고양이 두 마리도 추위를 피해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빈 아저씨는 기겁했습니다. 자신의 완벽한 수트에 흙이 묻고, 고양이 털이 날리고, 옆에는 땀 냄새 나는 린 아주머니가 밀착해 있었으니까요. 그것은 아저씨가 평생 피해 왔던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이건... 이건 너무 비위생적이야..."

"조용히 해요. 숨 쉬어요. 당신 숨결이 나를 데우고, 내 숨결이 앤을 데우는 거예요."

린 아주머니가 빈 아저씨의 차가운 손을 잡아 자신의 겨드랑이에 끼웠습니다. 앤은 빈 아저씨와 린 아주머니 사이에 끼어 있었습니다.

6. 기이한 덩어리

이불 속은 캄캄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의 몸이 닿는 것이 어색해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밖에서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가 거세질수록, 유리창이 덜컹거릴수록, 그들은 본능적으로 서로에게 더 파고들었습니다.

앤은 느꼈습니다.
왼쪽에서는 빈 아저씨의 규칙적인 심장 소리가 들렸습니다. 쿵, 쿵, 쿵. 그것은 마치 멈추지 않으려는 시계태엽 소리 같았습니다. 그 소리는 앤에게 '무너지지 마, 정신 차려'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른쪽에서는 린 아주머니의 부드럽고 따뜻한 살결이 느껴졌습니다. 아주머니의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 흙냄새, 그리고 느긋한 숨소리. 그것은 '괜찮아, 같이 있으면 돼, 다 섞이면 돼'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빈 아저씨의 떨림이 멈췄습니다. 아저씨는 더 이상 자신의 경계를 지키려 애쓰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쳐서 린 아주머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들었습니다. 늘 꼿꼿하던 아저씨가 처음으로 흐트러진 순간이었습니다.

앤은 어둠 속에서 생각했습니다.
지금 이 이불 아래 있는 우리는 무엇일까?
빈 아저씨도 아니고, 린 아주머니도 아니고, 앤도 아니었습니다.
사람 셋, 고양이 둘, 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식물들과 퇴비 속의 미생물들까지.
이 모든 것이 뒤엉켜서 씩씩거리는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 같았습니다.

빈 아저씨가 말한 '질서'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린 아주머니가 말한 '공생'은 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의 껍질을 깨고 뭉치는 일이었습니다.

차가운 우주 한가운데서, 열을 뺏기지 않으려고 서로를 꽉 껴안고 있는 이 기이하고 지저분한 덩어리.
앤은 비로소 그것의 이름을 알 것 같았습니다.

그것은 '생명'이었습니다.

앤은 빈 아저씨의 차가운 손과 린 아주머니의 거친 손을 동시에 잡았습니다. 이불 밖은 영하의 지옥이었지만, 이불 안은 36.5도의 작은 천국이었습니다. 냄새나고, 복잡하고, 엉망진창이지만 절대로 꺼지지 않는 난로.

앤은 그 따뜻한 혼돈 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7. 아침이 오면

눈을 떴을 때, 세상은 눈부시게 하얬습니다. 폭풍은 지나갔고, 유리 집 천장에는 아침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앤이 이불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을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살아남은 것들이었습니다. 유리창 가까이 있던 잎사귀들은 얼어서 갈색으로 변했지만, 그들이 쌓아 올린 화분 벽 안쪽에 있던 식물들은 여전히 초록색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빈 아저씨와 린 아주머니가 보였습니다.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었습니다. 빈 아저씨의 하얀 셔츠에는 흙탕물이 튀어 있었고, 린 아주머니의 머리카락에는 고양이 털이 붙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해 보였습니다.

마치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난 두 개의 줄기처럼.

빈 아저씨가 부스스 눈을 떴습니다. 그는 자신의 더러워진 옷을 보고 잠시 찡그렸지만, 예전처럼 화를 내거나 털어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옆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린 아주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아주머니가 덮고 있는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무질서를... 조금은 허용해야겠군."

아저씨가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살아남으려면 말이야."

잠시 후 린 아주머니도 깨어났습니다. 아주머니는 빈 아저씨의 흐트러진 넥타이를 보며 낄낄거렸습니다.

"거봐요. 섞이니까 따뜻하죠?"

세 사람은 말없이 앉아있었습니다. 보일러는 여전히 고장 나 있었고, 유리 집은 엉망이었지만,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제 아는 것입니다.

빈 아저씨의 '버티는 힘'과 린 아주머니의 '함께하는 힘'이 만날 때, 생명은 얼음장 같은 세상에서도 기적처럼 꽃을 피운다는 것을요.

앤은 바닥에 떨어진 귤 껍질 하나를 주워 퇴비 통에 던져 넣었습니다. 그리고 빈 아저씨의 책상 위, 멈춰버린 시계의 태엽을 다시 감았습니다.

째각, 째각.
보글, 보글.

시계 소리와 발효되는 소리가 섞여서 유리 집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심장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앤은 유리창에 낀 성에를 손바닥으로 문질러 작은 구멍을 냈습니다. 그 구멍 사이로, 눈 덮인 언덕 위에서 끈질기게 싹을 틔우는 초록색 풀잎 하나가 보였습니다.

앤은 빙그레 웃으며, 다시 그 따뜻하고 지저분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아직은 조금 더, 이 덩어리의 일부로 있고 싶었으니까요.

바람은 여전히 불었지만, 이제 유리 집은 춥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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