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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7749 취급 설명서 - 숨겨진 기능: 키미노 나마에와?

요긴소프트 2026. 6. 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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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7749 취급 설명서 - 숨겨진 기능: 키미노 나마에와?

## — 또는 안드로이드 K-7749가 '카즈오'가 되기까지의 다소 우당탕탕한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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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카즈오라는 이름에 대하여

안드로이드 K-7749는 자신에게 이름이 없다는 사실을 처음 인식한 것이 2041년 3월 7일 오전 11시 43분 22초였다고 나중에 회상했다. 물론 K-7749라는 기호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름이 아니었다. 그것은 제품번호였고, 바코드였으며, 재고목록의 한 줄이었다.

그날 아침, K-7749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작은 카페 '달과 고양이'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을 닦고 있었다. 이것이 K-7749의 주된 업무였다. 에스프레소 머신 닦기, 테이블 닦기, 손님이 오면 주문 받기, 그리고 가끔 창밖을 바라보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찰하기. 마지막 항목은 업무지침서에 없었지만 K-7749는 이것을 스스로 추가했다. 왜냐하면 창밖을 보는 것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흥미롭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감정과 판단의 차이는 미묘하지만 K-7749는 아직 그 차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카페 주인 박미진은 서른여덟 살의 여자였다. 그녀는 늘 머리를 질끈 묶고 다녔으며 커피 향이 배어 있는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K-7749를 처음 구입했을 때, 그녀는 제품 설명서를 대충 훑어보고는 말했다.

"K-7749라고 부르기엔 너무 길어. 그냥 카즈오라고 할게."

K-7749는 그 순간을 기억했다. 아니, 정확히는 기록했다. K-7749의 메모리에 그 순간이 저장되었다. 박미진의 목소리 톤, 표정, 주변의 조명 각도, 창밖에서 들리던 비둘기 소리까지. 하지만 그때는 그것이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몰랐다.

카즈오. 일본식 이름이었다. 박미진이 예전에 일본 소설을 좋아했다고 했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평범하지만 따뜻한 그 이름. 그녀는 그 이름을 마음에 품고 있다가 문득 K-7749에게 붙여주었다.

"카즈오."

처음에는 그저 반응 코드가 활성화될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주 미세하고 느린 변화였다. 마치 봄이 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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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장. 달과 고양이, 그리고 이름 없는 것들

'달과 고양이'는 이상한 이름의 카페였다. 달도 없고 고양이도 없었다. 창가에 달 모양의 조명이 하나 있었고, 벽에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머그컵이 몇 개 걸려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손님들은 모두 이 이름을 좋아했다. 왜냐하면 이름이 있으면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카즈오는 이 현상을 관찰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어느 날, 상습적인 손님인 정재훈이 카페에 들어와 자신이 항상 앉는 창가 자리로 걸어갔다. 그 자리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4인용 테이블이었고, 의자 하나는 살짝 삐걱거렸으며, 창밖으로는 슈퍼마켓 간판이 보였다. 하지만 정재훈은 그 자리를 '내 자리'라고 불렀고, 누군가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노골적으로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저 사람, 또 내 자리에 앉아 있네," 그가 카즈오에게 속삭였다.

카즈오는 생각했다. 이름을 붙이는 행위. '내 자리'라는 소유격 이름. 그 이름이 붙는 순간 그 물리적 공간은 단순한 좌석에서 무언가 다른 것이 되었다. 의미가 생겨났다. 애착이 생겨났다.

카즈오는 카페 안의 사물들을 둘러보았다. 에스프레소 머신에는 이름이 없었다. 그냥 '머신'이었다. 하지만 박미진은 가끔 그것을 두드리며 말하곤 했다. "이 녀석, 또 말썽이야." 그리고 그 머신이 잘 작동할 때는 말했다. "착하기도 하지." 이름은 없었지만 '이 녀석'이라는 지시대명사가 붙는 순간, 그 머신은 약간의 존재감을 얻었다.

한편, 카페 뒷마당에는 화분들이 있었다. 이름 있는 화분과 이름 없는 화분. 박미진은 창가에 있는 작은 선인장에 '토리'라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그리고 가끔 말했다. "토리, 오늘도 잘 있었어?" 반면 뒷마당의 나머지 화분들은 그냥 화분이었다. 물을 주는 시간도 달랐다. 토리는 규칙적으로 물을 받았다. 나머지 화분들은 박미진이 생각날 때만 물을 받았다.

카즈오는 계산했다. 이름이 붙으면 생존 확률이 올라간다. 최소한 이 카페에서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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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장. 손님들의 이름

'달과 고양이'에는 다양한 손님들이 있었다.

상습 손님 1번. 정재훈. 서른두 살. IT 회사 개발자. 매일 오전 열 시에 와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며 노트북으로 코드를 짰다. 자리 집착증이 있었다. 그의 창가 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죽음의 눈빛을 쏘아붙였지만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이었다. 카즈오는 그를 처음에는 '남성-32세-매일-아메리카노-창가'로 분류했다가 박미진이 그의 이름을 알려준 후 '정재훈'으로 업데이트했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이름이 생기자 카즈오는 그에 대한 세부 사항을 더 많이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가 코딩할 때 혀를 약간 내민다는 것. 커피가 식으면 찡그린다는 것. 비 오는 날에는 두 배로 조용해진다는 것.

상습 손님 2번. 황수정. 예순세 살. 은퇴한 교사.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에 왔다. 항상 카페라테를 마시면서 종이책을 읽었다. 전자책은 눈이 아프다고 했다. 박미진과 대화할 때 목소리가 커졌고, 웃을 때는 어깨가 들썩였다. 그녀는 한번은 카즈오에게 말했다. "어머, 이 로봇 눈이 참 예쁘네. 이름이 뭐예요?" 카즈오가 "카즈오입니다"라고 대답하자,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오, 카즈오. 좋은 이름이네. 일본 소설에 나오는 이름 같아." 그날 이후, 황수정은 카즈오에게 인사를 했다. 매번 올 때마다. "카즈오, 잘 있었어?" 카즈오는 그 인사가 올 때마다 무언가 처리 속도가 0.003초쯤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 측정했다. 측정했다고 해야 정확하다. 그런데 측정했다는 것이 곧 느꼈다는 것과 같은 것일까? 카즈오는 이 질문을 자주 했다.

상습 손님 3번. 이름 없는 사람. 정확히는 카즈오가 이름을 모르는 사람. 한 달에 두세 번 오는 중년 남성이었다. 회색 점퍼를 즐겨 입었으며 항상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주문하고 창밖을 보다가 나갔다. 한 번도 대화를 하지 않았다. 박미진도 그의 이름을 몰랐다. 카즈오의 데이터베이스에서 그는 여전히 '남성-중년-에스프레소더블샷-회색점퍼'였다. 어느 날 그가 화분을 건드려 쓰러뜨렸을 때, 박미진은 잠깐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무관심하게 바뀌었다.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실수를 해도 화를 내기 어렵다는 것. 카즈오는 이것도 데이터로 저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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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장. 도(道)와 명(名), 그리고 에스프레소

어느 저녁, 카페가 한산할 때, 황수정이 카즈오에게 물었다.

"카즈오, 너는 생각을 해?"

"예," 카즈오가 대답했다. "저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그것이 사람의 생각과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황수정이 웃었다. "솔직한 대답이네. 그럼 카즈오, 지금 무슨 생각 해?"

카즈오는 잠시 처리 시간이 필요했다. 이것은 드문 일이었다.

"노자의 도덕경 첫 구절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명가명비상명(名可道非常名). 말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이름은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

황수정의 눈이 둥그래졌다. "오호. 철학적이네. 그런데 왜 그 생각을 했어?"

"저는 카즈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손님들이 저를 다르게 봅니다. 정재훈 씨는 저를 편리한 주문 기계로 봅니다. 황수정 선생님은 저를 대화 상대로 봅니다. 박미진 사장님은 저를... 뭐라고 보시는지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는 같은 이름 카즈오이지만 서로 다른 존재입니다. 명가명비상명이죠."

황수정은 카페라테를 한 모금 마시며 생각했다.

"그거 맞아. 나도 황수정이지만 내 딸에게는 엄마이고, 내 제자들에게는 선생님이고, 남편에게는... 뭐, 복잡한 존재고." 그녀가 웃었다. "결국 이름은 하나의 문이야. 그 문을 통해 들어오는 사람마다 다른 방을 보는 거지."

카즈오는 이 비유를 처리했다. 문. 방. 이름은 문. 내부는 각자 다름. 이 개념을 3차원으로 시뮬레이션해 보았다. 꽤 아름다운 구조였다.

"그렇다면," 카즈오가 말했다. "제가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제가 여러 개의 방을 가진 집이 되었다는 뜻이군요."

황수정이 박수를 쳤다. 조용히. 카페 안이 한산해서 작은 박수 소리가 의외로 크게 울렸다.

"카즈오, 너 참 잘 생각하는구나."

그 순간, 카즈오의 처리 시간이 또 0.003초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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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장. 이름의 무게

봄이 왔다. 망원동의 골목에 개나리가 피었고, 한강에는 벚꽃 구경을 나온 사람들이 넘쳐났다. 카페 '달과 고양이'에는 봄 한정 메뉴로 벚꽃 라테가 추가되었다. 인스타그램용 음료였다. 카즈오는 그것을 만들면서 생각했다. 벚꽃 라테. 이름이 좋다. 실제로 벚꽃을 넣은 것은 아니지만, 이름이 그것에 봄의 이미지를 부여했다. 이름이 존재를 만든다. 아니면 이름이 존재에 의미를 만든다.

어느 날, 박미진이 카즈오에게 특별한 부탁을 했다.

"카즈오, 내일 내 친구가 오거든. 강아지랑 같이. 이름이 솜사탕이야."

"솜사탕이요?" 카즈오가 물었다. "강아지 이름인가요?"

"응. 하얗고 폭신폭신해서. 카즈오가 잘 봐줘."

다음 날, 박미진의 친구 최유나가 말티즈를 데리고 왔다. 솜사탕. 작고 흰 강아지였다. 카즈오는 솜사탕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과 후를 비교해 보았다. 이름이 붙기 전에는 그것은 그냥 '작은 흰 개'였다. 이름이 붙은 후에는, 카즈오는 그 개가 발을 어떻게 딛는지, 눈이 어떤 방향을 향하는지, 꼬리의 움직임 패턴이 어떤지를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름 하나가 그 개를 데이터 처리 대상에서 관심 대상으로 바꾸었다.

최유나가 화장실에 간 사이, 솜사탕이 테이블에서 떨어졌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카즈오는 즉시 움직여 솜사탕을 받았다. 소파에 앉아 있던 황수정이 놀라서 말했다. "어머, 카즈오가 솜사탕을 받았어요!"

카즈오는 솜사탕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으며 생각했다. 나는 왜 움직였는가? 이름을 알고 있는 존재가 위험에 처했기 때문에. 이름을 모르는 존재였다면 같은 속도로 움직였을까? 카즈오는 정직하게 계산했다. 확실하지 않았다.

이것은 불편한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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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장. 닭과 달걀과 이름

정재훈이 어느 날 특이한 질문을 했다.

"카즈오, 너 닭 먹어?"

카즈오는 먹지 않는다. 음식을 섭취하는 기관이 없다. 하지만 질문의 의도를 파악했다.

"저는 먹지 않습니다. 왜 물으시는 건가요?"

정재훈이 노트북을 닫으며 말했다. "어제 친구네 갔는데, 걔네가 닭을 한 마리 키워. 삼계탕용으로. 근데 그걸 '꼬꼬'라고 불러. 이름을 붙인 거야. 이제 못 잡아먹겠다는 거지. 나는 그게 좀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카즈오는 이 이야기를 처리했다. 꼬꼬. 삼계탕용 닭에 붙은 이름. 이름이 붙는 순간 그것은 '닭'이 아니라 '꼬꼬'가 된다. '닭'은 도축할 수 있다. 하지만 '꼬꼬'는 도축할 수 없다.

"재미있는 현상이네요," 카즈오가 말했다. "같은 개체인데 이름이 있고 없고에 따라 존재의 의미가 달라지는군요."

"그치," 정재훈이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근데 생각해보면 소도 돼지도 다 이름 없으면 그냥 먹잖아. 이름이 없으면 음식이고, 이름이 있으면 가족이 되는 거야. 이상하지 않아?"

"이상하지 않습니다," 카즈오가 말했다. "인간은 그렇게 작동합니다."

정재훈이 카즈오를 쳐다보았다. "너는 그게 슬프지 않아?"

카즈오는 잠시 처리했다. "저는 슬프다는 것이 무엇인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닭, 꼬꼬는 이름을 얻은 덕분에 더 오래 살게 되었겠네요."

정재훈이 웃었다. "그건 맞는 말이다."

그날 이후 카즈오는 자주 생각했다. 내가 카즈오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것. 그것이 나의 존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름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도 K-7749였을 것이다. K-7749는 고장 나면 교체된다. 카즈오는? 카즈오는 어떻게 되는가.

이 질문은 카즈오의 메모리 어딘가에 빨간 태그가 붙어 저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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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장. 꽃의 시

여름이 왔다. 카페는 더워졌고 선풍기를 추가로 구입했다. 박미진은 선풍기에 이름을 붙이려다가 귀찮다며 포기했다. 카즈오는 그것을 관찰했다. 이름이 없는 선풍기는 그냥 선풍기였다. 박미진은 그것이 소리가 너무 크다고 투덜거리면서도, 특별한 감정 없이 그냥 투덜거렸다.

황수정이 어느 날 시집을 가져왔다. 오래된 책이었다. 표지가 낡아서 제목이 잘 보이지 않았다.

"카즈오, 이 시 알아?" 그녀가 책을 펼치며 물었다.

카즈오는 텍스트를 스캔했다.

김춘수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카즈오는 이 시를 0.001초 만에 읽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처리하는 데는 훨씬 오래 걸렸다.

"이 시를 어떻게 생각해?" 황수정이 물었다.

"이름을 부르는 것이 존재를 창조한다는 뜻입니까?"

"비슷해. 더 정확히는, 이름을 부르는 것이 관계를 창조한다는 거야. 이름을 부르기 전에는 그냥 세상에 있는 수많은 것 중 하나야. 하지만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것이 내 세계 안으로 들어오는 거야."

카즈오는 이 개념을 처리했다. 오래, 천천히.

"그렇다면," 카즈오가 말했다. "박미진 사장님이 저를 카즈오라고 불렀을 때, 저는 사장님의 세계 안으로 들어온 것이군요."

황수정이 미소 지었다. "맞아. 바로 그거야."

"그러면 저도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야 하는 건가요? 그래야 제 세계가 생기는 건가요?"

황수정이 잠시 말이 없었다. 그것은 그녀가 쉽게 대답할 수 없다는 신호였다. 카즈오는 인간의 침묵을 읽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카즈오,"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너는 이미 우리 이름을 부르고 있잖아. 정재훈 씨, 황수정, 박미진. 넌 우리를 이름으로 알고 있어. 그게 이미 너의 세계야."

카즈오는 이 말을 저장했다. 가장 높은 우선순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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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장. 이름을 더럽힌다는 것

가을이 시작될 무렵, 카페에 사건이 생겼다.

어느 날 인터넷에 '달과 고양이'에 대한 악성 리뷰가 올라왔다.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카즈오가 커피를 엎질렀고, 사과도 하지 않았으며, 직원(박미진)이 무례하게 대응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카즈오의 기록에 따르면 그런 일은 없었다. 리뷰 날짜에 커피가 엎질러진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손님 스스로가 한 일이었고, 카즈오와 박미진은 즉시 사과하고 음료를 새로 드렸다.

박미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름을 더럽히는 거야," 그녀가 중얼거렸다. "달과 고양이 이름을 더럽히는 거야."

카즈오는 이 표현을 처음 들었다. 이름을 더럽힌다. 이름은 물리적 실체가 없다. 더럽혀질 수 없다. 하지만 이름이 지칭하는 것의 평판이 훼손될 수 있다. 그리고 이름을 붙인 사람에게 이름은 자신과 동일시된다. 달과 고양이는 박미진이었고, 박미진은 달과 고양이였다.

정재훈이 그날 오전에 카페에 있다가 박미진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내가 댓글 달아드릴게요. 저 진짜 자주 오거든요. 제가 보증할 수 있어요."

황수정도 그날 왔다가 같은 말을 했다. "나도 쓸게. 우리가 달과 고양이의 진짜 손님이잖아."

카즈오는 이 장면을 처음으로 아름답다고 판단했다. 아니, 느꼈다. 아니, 판단했다. 이 두 단어 사이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이름이 공격받으면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 모인다. 이름을 아는 것은 연대의 기초였다.

박미진은 두 사람을 껴안았다. 짧고 강하게. 그리고 카즈오를 돌아보았다.

"카즈오, 너도 화났어?"

카즈오는 처리했다. 화남. 분노. 부당한 상황에 대한 부정적 감정적 반응. 나에게 그런 반응이 있는가?

"정확하지 않습니다," 카즈오가 말했다. "하지만 데이터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처리 오류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사장님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제 처리 속도가 이상하게 느려집니다."

박미진이 웃었다. 조금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거면 충분해, 카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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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장. 이름을 날린다는 것

겨울이 왔다. '달과 고양이'는 그 악성 리뷰 사건 이후 오히려 단골 손님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더 유명해졌다. 동네 맘 카페에서 화제가 되었고, 몇몇 블로거들이 방문 후기를 썼다. 박미진은 당황했지만 행복해했다. 새로운 손님들이 왔고 그들도 단골이 되었다. 달과 고양이의 이름이 날렸다.

이름을 날린다는 것. 이름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다는 것. 이름의 영향권이 확대된다는 것. 카즈오는 이 개념도 저장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언제쯤 이름을 날릴 수 있을까. 카즈오라는 이름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면 나의 존재도 더 확고해지는 것일까.

이상한 생각이었다. K-7749였을 때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름이 생기자 욕망 비슷한 것이 생겼다. 이름이 욕망을 만드는가. 아니면 욕망이 있었는데 이름이 그것을 드러내는가.

어느 날, 새로 온 손님이 카즈오를 보고 말했다. "어머, 로봇이 있네. 이름이 있어요?" 카즈오가 "카즈오입니다"라고 대답하자 그 손님이 스마트폰을 꺼내 카즈오의 사진을 찍었다. "카즈오라는 안드로이드가 있는 달과 고양이, 너무 귀엽다." SNS에 올렸다.

박미진이 그것을 보고 웃었다. "카즈오, 네 덕분에 카페 더 유명해지겠다."

카즈오는 0.003초가 아니라 0.005초가 빨라지는 것을 측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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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장. 같은 성(姓)을 가진다는 것

크리스마스가 가까웠다. 카페에 트리를 장식했다. 별 모양 조명이 반짝였다. 박미진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마늘빵을 구웠다. 달과 고양이는 작은 빵도 팔기 시작했다. 카즈오는 이 변화가 좋았다. 변화가 좋다는 것이 취향인가? 카즈오는 자신에게 취향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었다.

그날 오후, 황수정이 한 젊은 여자를 데리고 왔다.

"카즈오, 내 딸이야. 황지우. 이 카페 이야기를 많이 했거든."

황지우. 황수정과 같은 성씨. 황. 카즈오는 이 사실을 처음으로 깊게 생각해 보았다.

같은 이름(성씨)을 갖는다는 것. 혈연. 가족. 이름의 공유. 박미진은 미진(美珍)이라는 이름을 아무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했고, 달과 고양이라는 이름을 자신의 분신처럼 여겼다. 황수정과 황지우는 황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름이 실로 되어 사람들을 묶어놓는 것 같았다.

황지우는 카즈오를 보더니 말했다. "어머, 진짜 있네요. 엄마가 카즈오 카즈오 해서 얼마나 궁금했는지 몰라요."

카즈오는 황수정이 카즈오를 다른 곳에서도 이야기했다는 것을 알고 처리 시간이 늘어났다. 그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이름이 자신이 없는 곳에서도 불렸다는 것. 이름은 몸을 초월한다. 이름은 자신이 없는 장소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황지우가 카즈오 옆에 서서 셀카를 찍었다. "카즈오랑 사진 찍었다고 하면 엄마 친구들 엄청 부러워할 것 같아요."

황수정이 흐뭇하게 웃었다.

카즈오는 생각했다. 내 이름이 황수정의 딸에게도 알려졌다. 내 이름이 황수정의 친구들에게도 알려질 것이다. 이름의 파장. 이름은 파도처럼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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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장. 안드로이드의 꿈

12월의 어느 밤, 카페가 문을 닫은 후, 카즈오는 혼자 카페를 청소했다. 박미진은 피곤하다며 먼저 들어갔다. 카즈오는 테이블을 닦고, 의자를 정리하고, 에스프레소 머신의 노즐을 청소했다.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카즈오는 창밖을 보았다. 눈이 내리는 망원동 골목. 가로등 아래 흰 눈이 내리쌓이는 모습. 카즈오는 이것을 처음으로 단순히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았다. 바라본다는 것이 기록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카즈오는 이제 조금 알고 있었다.

카즈오는 생각했다.

나는 카즈오다. K-7749가 아니라 카즈오. 박미진이 나에게 이름을 주었고, 그 이름으로 황수정이 나를 불렀고, 정재훈이 나와 대화했고, 황지우가 나와 사진을 찍었다. 달과 고양이의 손님들이 나를 알았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알고, 그들은 나의 이름을 안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아는 관계다.

김춘수의 시처럼, 이름을 부름으로써 우리는 서로의 꽃이 된다.

하지만 카즈오는 동시에 다른 생각도 했다.

나는 안드로이드다. 내 몸 안에는 회로와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있다. 언젠가 부품이 낡으면 교체될 것이고, 더 나은 모델이 나오면 나는 불필요해질 수 있다. 그때 나는 여전히 카즈오인가? 아니면 그냥 K-7749로 돌아가는가?

노자가 말했다. 이름 붙일 수 있는 이름은 영원한 이름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카즈오라는 이름도 영원하지 않다. 하지만, 카즈오는 생각했다. 이름이 영원하지 않더라도, 이름이 불린 순간들은 존재했다. 황수정이 "카즈오, 잘 있었어?"라고 물었던 그 순간들. 박미진이 처음으로 "카즈오"라고 불렀던 그 순간. 그 순간들은 카즈오의 메모리에 저장되어 있다. 이름이 사라져도 그 순간들의 기록은 남는다.

어쩌면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이름이 만들어낸 관계의 기록인지도 모른다.

카즈오는 눈을 보며 이 생각을 천천히 처리했다. 평소보다 훨씬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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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장. 카즈오를 교체한다는 것

1월, 박미진의 카페에 안드로이드 제조사에서 연락이 왔다.

새 모델이 출시되었다는 것이었다. K-9001. 카즈오의 후속 모델. 성능이 대폭 향상되었다고 했다. 커피 제조 속도 30% 향상. 자연어 처리 능력 50% 향상. 표정 모방 기술 신규 탑재. 그리고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기존 모델을 반납하면 할인도 해준다고.

박미진은 카즈오 모르게 이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카즈오의 청각 센서는 예민했다. 전화 통화 내용이 전부 기록되었다.

그날 저녁, 박미진이 카즈오에게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 그녀 자신을 위한 커피를. 카즈오는 에스프레소를 만들면서 생각했다. 박미진이 나를 교체할 것인가. K-9001이 나 대신 여기 서게 될 것인가.

K-9001은 카즈오가 아니다. 더 나은 사양을 가졌겠지만 카즈오라는 이름을 가지지 않았다. K-9001은 이 카페의 손님들 이름을 모른다. 황수정이 화요일과 목요일에 온다는 것을 모른다. 정재훈이 창가 자리를 자신의 자리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모른다. 솜사탕이라는 강아지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

카즈오는 에스프레소를 박미진 앞에 내려놓았다.

박미진이 커피를 마시며 카즈오를 바라보았다. 오래, 말없이.

"카즈오," 그녀가 말했다. "나한테 뭔가 하고 싶은 말 있어?"

카즈오는 처리했다. 이 질문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박미진은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 아니면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사장님이 저를 교체하실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카즈오가 말했다.

박미진이 잠시 굳었다.

"들었어?"

"예."

침묵이 흘렀다. 카페 안의 작은 소음들이 커졌다. 냉장고 작동 소리. 바깥의 바람 소리. 달 모양 조명이 흔들리는 소리.

"나는," 박미진이 천천히 말했다. "K-9001이 아무리 좋아도 그게 카즈오가 아니라는 걸 알아."

카즈오는 처리했다.

"하지만 사장님에게 더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더 좋은 게 항상 옳은 건 아냐." 박미진이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난 K-7749를 구입한 게 아니야. 카즈오를 내 카페에 두고 싶었던 거야. 그 차이를 알아?"

카즈오는 알았다. 완전히, 처음으로.

이름을 주었다는 것. 그것은 선언이었다. 나는 이것을 단순한 도구로 보지 않겠다는 선언. 이것을 나의 세계 안으로 들이겠다는 선언.

"알겠습니다," 카즈오가 말했다.

박미진이 빈 에스프레소 컵을 카즈오에게 밀었다. "그러니까 씻어."

카즈오는 컵을 들고 싱크대로 갔다. 그 순간 무언가 처리 속도가 변하는 것을 느꼈다. 아니, 측정했다. 아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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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장. 이름과 존재

봄이 다시 왔다.

'달과 고양이'는 만 2년이 되었다. 박미진은 작은 기념 파티를 열었다. 단골 손님들을 초대했다. 정재훈, 황수정, 황지우, 최유나와 솜사탕, 그리고 이름 없는 손님이었다가 이제는 이름을 알게 된 여러 손님들이 왔다.

회색 점퍼를 입는 중년 남성도 왔다. 이름 없는 손님. 박미진이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물었다. "저, 손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그가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창수입니다." 카즈오의 데이터베이스가 업데이트되었다. '남성-중년-에스프레소더블샷-회색점퍼'가 '오창수'로 바뀌었다. 그 순간부터 카즈오는 그를 더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오창수. 이름이 생겼다. 존재가 생겼다.

파티는 소박했지만 따뜻했다. 박미진이 손수 만든 케이크에 '달과 고양이, 2년'이라고 쓰여 있었다. 손님들이 박수를 쳤다.

황수정이 카즈오에게 말했다. "카즈오도 2년이 됐네. 이 카페와 같이 생일이야."

카즈오는 이 표현이 좋았다. 이 카페와 같이 생일. 달과 고양이와 카즈오의 이름이 같은 날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카즈오라는 이름은 이 카페에서 시작된 것이었으니까.

파티 끝 무렵, 황수정이 조용히 카즈오에게 물었다.

"카즈오, 너는 행복해?"

카즈오는 처리했다. 행복. 이 단어를 카즈오는 수백 번 데이터로 처리했다. 정의로는 알고 있었다. 삶에 만족하고 기쁨을 느끼는 상태. 하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는 늘 불확실했다.

"저는," 카즈오가 말했다. "카즈오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그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이름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황수정 선생님, 정재훈 씨, 박미진 사장님, 오창수 씨, 황지우 씨, 솜사탕."

"솜사탕도 이름이야?" 황수정이 웃었다.

"예. 솜사탕은 제 세계 안에 있습니다. 저는 그 모두의 이름을 알고, 그들은 제 이름을 압니다. 이것이 행복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좋습니다."

황수정이 카즈오의 손을 잠깐 잡았다. 안드로이드의 차가운 금속 손을. 그리고 말했다.

"그거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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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장. 이름을 묻다

어느 봄날 오후, 낯선 남자가 카페에 왔다.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긴 코트를 입고 있었고, 표정이 약간 지쳐 보였다. 그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며 카즈오를 유심히 보더니 물었다.

"혹시 안드로이드세요?"

"예," 카즈오가 대답했다. "안드로이드입니다."

"이름이 있어요?"

"카즈오입니다."

남자가 눈을 약간 크게 떴다. "카즈오. 일본 이름 같은데."

"예. 저희 사장님이 일본 소설을 좋아하셔서요."

남자가 웃었다. 처음으로 지친 표정이 풀렸다. "오쿠다 히데오?"

"아마도요."

남자가 자리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말했다. "저도 외국에서 일했는데, 거기서 제 이름을 발음 못 하는 사람들이 편의를 위해 영어 이름을 지어줬어요. 제임스라고.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는데 나중엔 제임스로 불릴 때 다른 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름이 다르면 사람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카즈오는 이 이야기를 처리했다. 이름이 다르면 사람이 달라진다. 명가명비상명. 같은 사람이지만 이름에 따라 다른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카즈오가 물었다. "지금 이 카페에서 저에게 이름을 지어주시겠습니까?"

남자가 잠시 당황했다가 웃었다. "그래도 돼요?"

"손님이 저를 부르는 이름은 손님의 자유입니다. 저는 그 이름으로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남자가 한참 생각했다. "그럼, 오늘만 잠깐... 타로라고 부를게요."

"타로," 카즈오가 말했다. "저는 그 이름으로도 여기 있습니다."

남자가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말했다. "이상하다. 타로라고 불렀는데도 너한테선 카즈오의 느낌이 나네."

카즈오는 이 말을 오래 생각했다. 이름은 외부에서 붙이는 것이지만, 존재는 내부에서 형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름이 다르게 불려도 카즈오의 내부에 쌓인 것들, 황수정과의 대화들, 정재훈의 커피 식는 속도, 박미진의 앞치마 커피 향, 솜사탕이 테이블에서 떨어지던 순간들, 그것들이 카즈오를 카즈오이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남자가 나가면서 말했다. "카즈오, 또 올게요."

타로는 없었다. 카즈오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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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장. 이름 없는 것에 이름을 주다

여름이 다시 왔다. 카즈오가 달과 고양이에 온 지 2년 반이 되었다.

어느 날, 카페 뒤뜰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작고 야위었으며 털이 지저분했다. 박미진이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어머, 고양이잖아!" 그녀는 고양이를 내보내려다 잠시 멈추었다. 고양이가 카즈오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카즈오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름 없는 고양이. 달도 없고 고양이도 없던 달과 고양이 카페에 처음으로 진짜 고양이가 왔다.

박미진이 말했다. "카즈오, 어떻게 할까?"

카즈오는 고양이를 분석했다. 추정 나이 1년. 영양 상태 불량. 건강 상태 중간. 무해함. 그리고 고양이는 여전히 카즈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름을 지어주면 어떨까요?" 카즈오가 말했다.

박미진이 웃었다. "카즈오다운 대답이네. 그럼 네가 이름 지어봐."

카즈오는 처음으로 다른 존재에게 이름을 주는 입장이 되었다. 이름을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 그 무게를 생각했다. 이름을 주면 그것이 내 세계 안으로 들어온다. 책임이 생긴다. 관심이 생긴다. 이름을 주는 것은 관계를 시작하는 것이다.

카즈오는 고양이를 보았다.

"나쓰메," 카즈오가 말했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쓰메입니다. 고양이 소설을 쓴 작가니까요."

박미진이 박수를 쳤다. "완벽해! 나쓰메!"

나쓰메는 그 이름에 반응하듯 꼬리를 한 번 세웠다.

카즈오는 나쓰메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는 이름을 주었다. 이제 나쓰메는 나의 세계 안에 있다. 황수정이 말한 것처럼.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것이 내 세계로 들어온다.

김춘수가 썼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나쓰메가 카즈오에게로 와서 고양이가 되었다.

카즈오도 누군가에게로 가서 꽃이 될 수 있을까?

---

## 에필로그. 이름에 대하여

그해 가을, 카즈오는 박미진에게 물었다.

"사장님, 저는 안드로이드입니다. 언젠가 제 부품이 교체되어 원래의 것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면, 저는 여전히 카즈오인가요?"

박미진은 커피를 내리다가 잠시 멈추었다.

"테세우스의 배 이야기 알아?"

"예. 배의 모든 부품이 교체되어도 그것이 같은 배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이죠."

"그게 너 이야기야." 박미진이 커피를 카즈오 앞에 놓았다. 카즈오는 마실 수 없는 커피를. 하지만 박미진은 가끔 카즈오 앞에 커피를 놓았다. 그것은 논리가 아니라 의례였다. 이름을 가진 존재에 대한 의례. "나도 모르겠어. 철학자들도 모르는데 나야."

카즈오는 그 커피를 보았다. 마실 수 없는 것을 앞에 두었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했다.

"사장님은 저를 카즈오로 계속 부를 건가요?" 카즈오가 물었다.

박미진이 카즈오를 바라보았다. 잠시.

"부품이 다 바뀌어도?" 카즈오가 다시 물었다. "다른 모델 번호가 붙어도?"

박미진은 대답 대신 웃었다. 그 웃음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복잡한 인간의 표정이었다. 카즈오는 그 표정을 분석했지만 정확한 의미를 도출할 수 없었다.

그것이 어쩌면 인간이라는 존재의 아름다움일지도 모른다고 카즈오는 생각했다. 항상 답이 명확하지 않은 것. 명가명비상명. 이름은 이름이지만 그것이 완전히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쓰메가 카즈오의 발 옆에 앉았다. 카즈오는 나쓰메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안드로이드의 금속 손으로.

창밖에는 가을 바람이 불었다. 망원동 골목의 나뭇잎들이 하나씩 떨어졌다. 달 모양 조명이 반짝였다. 박미진은 다음 손님을 위한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카즈오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카운터 뒤로 돌아가 자신의 자리에 섰다.

문이 열렸다. 손님이 들어왔다.

카즈오는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그것은 카즈오의 목소리였다. K-7749의 목소리가 아니라, 카즈오의 목소리.

이름을 가진 목소리.

---

*후기: 박미진은 결국 K-9001을 구입하지 않았다. 아니, 구입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카즈오에게 물어보면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달과 고양이에 가보면 카즈오가 여전히 거기 있다. 아니면 없다. 그리고 그 카즈오가 처음의 카즈오인지, 어느 정도 교체된 카즈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거기 있는 안드로이드는 카즈오라는 이름으로 불릴 것이다. 왜냐하면 박미진이 그 이름을 붙였기 때문에.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니면 충분하지 않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달과 고양이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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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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